박완서의 40년 문학 회고 40주년을 맞이한 소설가 박완서는 기념일을 축하하기보다는 자신의 문학 경력과 개인적인 삶을 되돌아보려는 의지가 더 강한 듯하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 79세의 그녀는 지난 4년 동안 쓴 짧은 에세이를 통해 개인적인 경험과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을 담아 사색적인 문제를 다룬다. 1931년 북한의 개풍군에서 태어난 저자는 한국전쟁(1950-53)을 겪으며 어머니와 형제와 이별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쟁의 기억을 자신의 여러 작품에 대한 허구적 영감으로 삼고 있다. "전쟁의 경험이 없었다면 소설가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전쟁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내 작품에 영감을 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그녀는 쓴다.
박완서 Kolejność książek (chronologicznie)


우리 삶의 지평을 넓혀온 박완서 문학 37년화수분처럼 끊임없이 길어낸 진솔한 이야기의 감동박완서 작가가 문단에 데뷔한 지 올해로 37년이다. 불혹의 나이에 등단하여 올해로 일흔 일곱을 맞기까지, 누구보다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온 그가 신작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를 펴냈다.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이후 9년 만에 낸 소설집이다.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씨가 그랬듯이, 『친절한 복희씨』의 복희씨 역시 알고 보면 친절한 사람은 못 된다. 하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화자인 복희씨는 열 아홉 꽃다운 나이에 애 딸린 홀아비와 결혼해 전처소생 아이까지 오남매를 길렀다. 오남매를 모두 결혼시켜 손자손녀까지 보았지만, 자유는커녕 중풍 걸린 남편을 돌봐야 하는 처지. 중풍 걸려 흐느적대는 남편, 여전한 것은 왕성한 성욕뿐이다. 일을 보고 뒤처리를 해줄 때마다 쾌감을 느끼는가 하면, 약사에게 비아그라를 달라고 떼 쓰는 남편을 보며 복희씨는 치욕감과 소름을 동시에 느낀다.표제작인 '친절한 복희씨'를 비롯해 9편의 단편들은 대부분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노인들의 신산한 삶을 그린다. 곰삭은 한이나 상처를 연상시키는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젖어 있고, 스멀스멀 육체에 기어든 병까지 감수해야 하는 그들. 그러나 이토록 보잘것없는 삶을, 작가는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덧붙이며, 따뜻하게 보듬고 위로한다.환갑진갑 다 지난 여덟 살 아래의 사촌동생이 홀아비 선주를 만나 다 늙어 재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그리움을 위하여』, 노인성 치매로 고통받는 시아버지를 모시는 며느리의 이야기 『마흔 아홉 살』 등 인간적인 삶, 아름다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궁구를 이끌어내는 단편들은 새로운 노년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의 나이가 노년이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노인이라는 것은 표피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노인이기에 가능한 원숙한 세계 인식, 삶에 대한 중후한 감수성, 이에 따르는 지혜와 관용과 이해의 정서가 이 책에 잘 나타나있기 때문이다.